샐러드미인백과
건강과 자연을 생각하며 맛있고 안전한 최고의 식품을 만듭니다.
  • 샐러드美人 on Table
  • 샐러드미인백과
제목 에틸카바메이트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08-11-24 08:11:35
첨부파일 조회수 2496
에틸카바메이트란 생소한 이름의 신종유해물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슈화된 것은 2007년 10월의 일이다. 당시 국회의 국정감사 중에 고경화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제출 받은 용역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하여 “국내에 유통중인 수입산 와인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에틸카바메이트가 기준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검출되었다”는 요지로 발표하였으며, 이 내용을 KBS의 9시 뉴스에서 보도함으로써 문제가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에틸카바메이트는 다량 섭취하였을 경우 간과 신장에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암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은 물질이고, 국내에서 유통 중인 대부분의 수입 와인에서 검출된 에틸카바메이트의 평균 농도는 109ppb로서 미국 FDA의 권고기준인 15ppb를 7배 이상 초과하였으며, 식약청이 제시한 하루 안전섭취량을 근거로 계산하면 수입 와인 반 잔만 마셔도 하루 허용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에는 이를 규제할 법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그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였다.

웰빙 식품으로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와인에 대하여 이와 같은 보도가 있자 일부 소비자들은 “와인을 마시면 암에 걸리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과민 반응하게 되었으며, 매장에서는 와인을 철수하는 소동을 빚기도 하였다. 이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무리가 있어 오보(誤報)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첫 보도의 충격만 오래 기억하는 일반인의 특성 때문에 아직도 “와인은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 파동 역시 정치인의 ‘한건주의’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하겠다.

우선 뉴스의 공급원이었던 고경화 의원측의 안전섭취량에 대한 이해 부족이 사건을 키웠다고 할 것이다. 안전성 판단의 근거가 되었던 ‘실질적 안전용량(virtually safe dose, VSD)’이란 어떤 물질을 매일 평생 섭취할 경우 100만명 중에 1명꼴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용량을 뜻한다. 이것은 하루 또는 며칠간 일시적으로 높은 용량을 섭취하였더라도 그 후에 지속적으로 섭취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고경화 의원측의 계산대로 반 잔만 마셔도 VSD를 초과하므로 위험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며,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와인 섭취량이 1.3g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식약청의 해명이 타당하다.

고 의원이 발표한 자료의 원본은 식약청이 건국대학교 배동호 교수에게 의뢰한 용역보고서이며, 이 보고서에 사용된 측정방법이나 측정의 정확도에도 이의가 제기되었다. 보도가 나간 뒤 프랑스의 보르도와인협회(CIVB)에서는 즉각 반론을 제기하였다. 800여종의 대표 와인을 매년 조사하는 프랑스의 평균 에틸카바마이트 검출량인 5.8㎍/L(5.8ppb)에 비하여 보도된 수치는 비상식적으로 많으며, 식약청에서 이번 용역보고서 이전에 발표한 자료와 비교하여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식약청에서는 이번 연구용역 이전에 2004년부터 다섯 차례 주류의 에틸카바메이트 함량을 조사하였으며, 그 검출량은 매년 낮아져서 2007년 7월의 검출량은 0~268ppb로서 보도된 평균 109ppb, 최대 364ppb보다 낮았다. 이에 대하여 연구를 주도한 배동호 교수는 “선적 및 유통 과정에서 와인의 보관온도가 높거나 산소와 접촉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였다.

또한 매스컴에서는 국내에는 이를 규제할 법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식약청은 수입 와인에서 에틸카바메이트가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문제가 된 용역보고서 역시 식약청에서 기준 설정을 위해 주류별 에틸카바메이트 함량과 국내 섭취량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물이었으며, 조사 결과 현재로서는 위해를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이다.

에틸카바메이트에 대한 기준 역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설정하지 않고 있으며, 오직 캐나다에서만 과실주 400ppb, 테이블와인 30ppb, 디저트와인(알코올 강화 와인) 100ppb, 청주 200ppb, 위스키 150ppb 등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FDA의 권고기준은 없고, 특정 주류에 국한하여 위스키협회 및 와인협회에서 자율적인 저감화 목표를 정하여 추진하고 있을 뿐이며, 이에 따른 기준이 위스키 125ppb, 테이블와인 15ppb, 디저트와인 60ppb 등이다.

와인의 소비가 많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이 와인에 대한 에틸카바메이트 규격을 정하지 않은 것은 에틸카바메이트의 함량이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법제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스컴 보도의 여파로 식약청에서는 와인(알코올 함량 15% 미만의 포도주)에 대한 에틸카바메이트 기준을 30㎍/kg(30ppb) 이하로 2008년 1월 입법예고 하였으며, 에틸카바메이트 시험법도 신설하였다.

또 에틸카바메이트가 발암물질이기는 하나 와인 속에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성분도 들어있기 때문에 와인을 조금 마시는 정도로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와인을 매일 일상적으로 소비하여 보통 3~4일에 1병 정도 마시며, 이는 우리의 1인당 소비량의 수십 배에 이르는 수준이지만 아직까지 에틸카바메이트 때문에 문제가 된 사례는 없다. 보도에 따라 한바탕의 소동은 있었으나 “와인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의 와인 소비량은 증가 추세에 있다.

에틸카바메이트(ethyl carbamate)는 우레탄(urethane)이라고도 하며, 화학식은 ‘H2NCOOC2H5’ 이다. 에틸카바메이트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우려물질(Group 2A)로 분류하고 있는 유해물질로서 식품의 저장 및 숙성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틸카바메이트는 포도주(와인), 위스키, 청주 등의 주류 이외에도 빵, 요구르트, 치즈, 간장, 된장, 김치 등 발효식품에도 함유되어 있다. 에틸카바메이트의 생성 경로에 대하여는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전구물질은 요소(尿素, urea), 아르기닌(arginine), 시트룰린(citruline) 등이다. 에틸카바메이트는 저장기간이 길수록, 가열하거나 숙성온도가 높을수록 생성량이 많아진다.

에틸카바메이트는 1943년 덴마크 국립식품연구소에서 폐종양을 유도하는 각종 요인을 조사하던 중에 발견하였으며, 예전에는 동물의 마취제와 사람의 항종양(抗腫瘍) 및 수면제로 널리 사용되던 성분이었으나 발암성이 알려지면서 사용이 중단되었다. 에틸카바메이트는 일정 농도 이상 섭취하면 구토, 의식불명, 출혈을 일으키고 신장과 간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동물실험에서는 폐암, 유방암, 백혈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FAO/WHO 합동 식품첨가물 위원회(JECFA)의 쥐를 통한 급성독성 실험에서 LD50이 2,000mg/kg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초기의 연구에서 발효식품 및 주류에서 에틸카바메이트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며, 1985년 캐나다에서 디저트용 와인에서 이 물질을 발견하고 언론에 발표하면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에틸카바메이트는 1990년대에 각종 술에 1~100ppb 정도 함유되어 있는 것을 비롯하여 빵(2ppb), 간장(20ppb), 김치(1.4ppb) 등에서도 검출되었으며, 담배와 담배연기에도 300~400ppb 정도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부터 해로운 물질로 인식하고 와인을 비롯한 각종 식품에서 감소를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에틸카바메이트는 위장과 피부로 쉽게 흡수되며, 생체 내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또한 제거도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져 영국 식품표준청(FSA)에서 200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주 후 24시간 이내에 섭취한 에틸카바메이트의 90~95%가 간에서 에탄올, 암모니아, 탄산가스 등으로 분해되며, 분해되지 않은 것도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한편 쥐를 통한 실험에서 6시간 이내에 약 90%의 에틸카바메이트가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제거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제거 능력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수입 와인의 에틸카바메이트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발효식품의 섭취량이 많으며, 특히 성인 남성의 경우 주류 소비량도 많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식약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에틸카바메이트 섭취에 의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한다. 2005년에 있었던 제64회 JECFA 회의 결과보고서에서도 식품 중의 에틸카바메이트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인의 에틸카바메이트 섭취량은 다른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전글 벤젠
다음글 유기농식품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