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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벤젠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08-11-17 08:11:23
첨부파일 조회수 2968
식품과 관련하여 2006년은 유난히 대형 식품 사건이 많았던 해로 기억된다. 2006년 3월 KBS의 ‘추적60분’에서 과자의 식품첨가물에 대해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5월 감자 제품 중의 아크릴아마이드 사건, 6월에 발생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집단식중독 사건, 10월 MBC의 ‘불만제로’에서 방송된 화학조미료 자장면 사건, 10월의 시중 이유식에서 사카자키균 검출 사건 등이 그것이며, 3월에 터진 시판 비타민음료의 벤젠 검출 사건도 한 몫을 하였다.

벤젠(benzene)은 1825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에 의해 고래기름으로 만든 조명용 가스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1845년 독일의 폰 호프만(August Wilhelm von Hofmann)이 콜타르에서 추출하여 벤젠이란 이름을 붙였으며, 1865년 독일의 케쿨레(Friedrich August Kekulé von Stradonit)에 의해 벤젠고리 구조가 제안되었다. 예전에는 석탄의 콜타르를 분별증류하여 얻었으나 요즘은 주로 석유에서 얻고 있다.

벤젠은 6개의 탄소원자가 거북이의 등껍질을 닮은 육각형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 탄소원자에 수소원자가 하나씩 붙어있는 단순한 구조의 화학물질이다. 벤젠의 육각형 구조를 ‘벤젠고리’라고도 하며, 다른 여러 방향족(芳香族) 화합물의 기본이 된다. 벤젠 및 벤젠고리를 포함하는 화합물들은 휘발성이 있고 독특한 향이 있어서 방향족이란 이름이 붙었다. 벤젠은 휘발성이 강한 무색의 액체이며 염료, 향료, 살충제, 합성세제, 약품 등 여러 화학 합성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예전에는 세탁소의 드라이크리닝 용매로 많이 사용하였으나, 독성이 알려진 이후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IARC)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인체 발암물질로 규정한 대표적인 독성물질의 하나이며, 그 외에도 빈혈과 혈소판 감소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도 있으며 피로, 두통, 식욕부진 등의 만성중독이 나타나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20,000ppm 이상의 고농도 벤젠을 흡입하였을 때에는 5~10분 안에 사망할 수도 있으며, 250~500ppm 정도의 벤젠에 노출되어도 졸음, 현기증,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입을 통하여 섭취하였을 경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LD50은 930mg/kg이었다. 벤젠은 직업병 발생의 대표적 원인물질의 하나이며, 노동부에서 정한 벤젠을 취급하는 작업장의 노출 기준은 1ppm 이하이다.

벤젠은 휘발성이 강하여 매우 빠르게 기화(氣化)하기 때문에 주로 호흡하는 공기 속에 섞여 우리 몸 속에 들어오며, 자연환경에 방출되는 벤젠은 석유제품 특히 휘발유에 기인한다. 물을 비롯하여 자연상태의 식품에도 벤젠이 소량 존재하며, 미국 환경청의 자료에 따르면 식품 중의 함량은 계란 500~1,900ppb, 바나나 11~132ppb, 딸기 1~138ppb 등이다.(※ ppb란 ‘part per billion’의 약자로서 10억 분의 1을 의미한다. 1ppb = 1mg/ton = 1㎍/kg, 1ppm = 1,000ppb) 1993년 캐나다 정부가 실시한 시험에 따르면, 음식이나 음료를 통하여 하루에 섭취하는 벤젠은 0.02㎍/kg/day였으며, 공기를 통해서는 2.4㎍/kg/day를 섭취하였고, 담배를 피운다면 3.3㎍/kg/day를 섭취하게 된다고 하였다. 비흡연자의 경우도 벤젠의 99% 이상을 호흡을 통하여 섭취하는 셈이다.

일반적인 주거지역의 대기 중 벤젠 농도는 3~30㎍/㎥ 정도이며, 그 지역의 교통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유소 근처의 대기 중에는 상대적으로 벤젠 농도가 높다. 환경부에서 최근(2007.11) 실시한 공청회에서 제시된 신축 공동주택(아파트)의 실내 공기 잠정 권고기준 중 벤젠의 농도는 5~45㎍/㎥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먹는 물 외에는 식품 중 벤젠의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한 사례는 없으며, 먹는 물의 벤젠 기준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WHO 및 CODEX의 규격을 따라서 10ppb 이하로 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5ppb 이하이며, 유럽(EU)의 경우는 매우 엄격하여 1ppb 이하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벤젠 문제가 새삼스럽게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2006년 3월 ‘여성환경연대’라는 단체에서 시중의 안식향산나트륨을 포함한 비타민음료 10개 제품을 수거하여 검사한 결과 그 중 5개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자체조사 결과 벤젠이 검출되었으나, 함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해당업체에 제품 자진회수 및 벤젠 저감화를 위한 공정 개선을 촉구하였다고 확인함으로써 파문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식약청의 해명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면 심각한 사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과잉 보도한 영향이 컸다.

음료 중에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이 함께 존재할 경우에는 제품 원료에 들어있는 철(Fe), 구리(Cu) 등 금속촉매제의 작용에 의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벤젠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은 1990년대 초부터 알려졌으며, 미국식품의약청(FDA)은 1993년 빛이나 열에 의해 소량의 벤젠이 생기고, 당(sugar)이나 EDTA염이 같이 있으면 벤젠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FDA의 연구는 그 후로도 계속되어 2006년 2월 대부분의 비타민 음료수에서 벤젠이 검출되었으나 그 양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어서 제조금지나 제품회수 명령은 내리지 않고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을 함께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일부 인터넷 자료에서는 FDA가 비타민음료에 안식향산나트륨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여성환경연대가 시판 중인 비타민음료를 조사하게 된 것도 FDA의 발표 때문이었고, 우리나라 식약청도 같은 이유로 자체조사를 실시하였던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벤젠이 검출된 5개 제품은 모두 미국의 먹는 물 기준(5ppb)을 초과하였고, 그 중 2개 제품은 각각 17ppb와 16ppb로서 우리나라 먹는 물 기준인 10ppb를 초과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식약청에서는 3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37개 제품 중에서 36개 제품에서 검출되었으며, 그 중 30건 이상이 10ppb 이상이었고, 4월초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30개 제품 중에서 27건이 검출되었으며, 10ppb 이상은 15건이었다고 발표하였다. 식약청 조사에서 벤젠의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262.6ppb였으며,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도 검출량이 다른 것은 유통과정 중에서 빛에 노출된 정도나 보관온도가 틀리고 보관기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설명하였다.

식약청에서는 먹는 물의 기준은 평생 매일 1.5리터의 물을 먹는다고 가정하고 정해진 것이므로 한 병에 100ml에 불과하고 간간이 먹는 음료에 먹는 물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해명하였으며,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로 벤젠을 분석한 환경건강위원회의 한 의원도 “그 정도의 양을 먹어 실제로 몸에 해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사실 식약청 조사에서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의 경우도 1병(100ml)에 26.22㎍에 불과하여 앞의 캐나다 정부의 조사에서 성인(70kg 기준)이 하루에 호흡을 통하여 섭취하는 벤젠 168㎍(2.4㎍ x 70)의 15.6% 수준이다. 여성환경연대의 조사에서 가장 많은 양(17ppb)이 검출된 제품 1병(100ml)이라면 1.7㎍으로서 호흡으로 흡수하는 양의 약 1%에 불과하다.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은 KBS의 ‘추적60분’에서 식품첨가물이 아토피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여 큰 혼란을 겪고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대다수 국민이 즐겨 마시는 음료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폭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벤젠은 우리 주변에 흔한 물질이며, 계란이나 바나나 같은 자연식품에도 포함되어 있는 물질이다. 이 사건 역시 그 양이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수준인지 여부는 따져보지도 않고 발표부터 해버리는 환경단체와 사실 여부를 가리기보다는 구독률이나 시청률에만 신경을 써서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매스컴의 오랜 병폐가 되풀이된 사례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 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비타민음료의 벤젠 검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식약청에서 2006년 6월~7월에 35개 업소 58개 제품에 대하여 검사한 결과에서는 단 6개 제품에서만 1.5~11.7ppb 수준으로 검출되었으며, 10ppb 이상의 제품은 1개뿐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각 업체에서 안식향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거나 천연보존료로 대체하였고, 살균공정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저감화 노력을 하였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좋은 결과처럼 보이지만 업체에게는 제조원가의 상승이 있었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부담이 된 것이다. 별로 우려할 만한 일도 아닌데 사회적인 불신만 낳고, 경제적인 손실과 부담만 지운 사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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