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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벤조피렌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08-11-10 08:11:19
첨부파일 조회수 3982
인류는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로 여러 질병과 싸워왔으며, 그 중에서도 암(癌)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두려운 존재이다. 벤조피렌(benzopyrene)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 중에서도 발암성이 가장 높은 1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로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던 물질이다. 이 물질이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6년 올리브유에서 다량의 벤조피렌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매스컴에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태안 지역 주민의 벤조피렌 노출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암은 신체의 세포 중 일부가 통제불능의 비정상적인 분열과 증식을 하여 종양(腫瘍)을 형성하고, 주위의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질병으로서, 선사시대의 기록에서도 암을 의미하는 내용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알려져 있는 질병이다. 그러나, 암의 원인은 오랜 기간 동안 모르고 지냈으며, 1775년 영국의 외과의사인 포트(Percivall Pott)가 최초로 화학물질이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굴뚝청소부들이 유난히 음낭(陰囊)에 피부암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으로서 굴뚝 청소를 하면서 몸에 묻은 그을음 때문이라고 하였다. 당시에는 수도시설이 발달하지 못하여 자주 목욕할 수 없었으며, 특히 주름이 많은 피부에 묻은 그을음은 씻지 못한 채 지내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피부암에 걸리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의 이런 주장은 훨씬 후인 1915년에야 일본의 야마기와(山極勝三郎, Katsusaburo Yamagiwa)와 이치가와(市川厚一, Koichi Ichikawa)에 의해서 증명되었다. 그들은 토끼의 귀에 콜타르를 바르고 그 부분에 암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암을 발생시킨 최초의 실험이며, 화학물질과 암의 연관관계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내 1930년 켄나웨이(E.L. Kennaway) 등은 콜타르로부터 디벤즈안트라센(dibenzanthracene)을 분리하는데 성공하여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최초로 입증하였다. 1933년 같은 연구팀의 쿡(J.W. Cook) 등은 콜타르에서 벤조피렌을 분리하였고, 이 물질이 피부암을 유발시킨 것으로 판명되었다.

벤조피렌은 다섯 개의 벤젠고리가 축합된 형태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PAH)의 일종으로서 탄소 20개와 수소 12개로 구성되어 있다. 벤조피렌은 유기물이 불완전연소(不完全燃燒)할 때 생성되므로 주위환경에 널리 존재한다. 자연적으로는 화산이나 산불, 석탄이나 원유(原油)의 콜타르 등에서 발생하며, 일상생활에서는 산업장의 연기와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 연기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벤조피렌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의 원인물질로 잘 알려져 있으며, 담배 1개비를 피우면 주류 연기에서 20∼40㎍, 비주류 연기에서 68∼136㎍ 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류 연기란 흡연자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내뿜어지는 것(필터에 한 번 걸러진 것)을 말하며, 비주류 연기란 흡연자가 들고 있는 담배 자체가 타면서 공기 중에 직접 확산되는 것을 말한다.

불에 직접 굽거나 훈연(燻煙)하는 식품은 불완전연소 시에 나오는 연기에 의해 벤조피렌이 오염되어 있기 쉬우므로, 그 동안 식품에서의 벤조피렌 문제는 주로 육류에서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에는 육류 중의 벤조피렌 잔류 허용기준이 없으나, 유럽연합(EU)은 훈연제품의 경우 1ppb로 설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ppb란 ‘parts per billion’의 약자로 십억 분의 일을 의미하며, 1kg 중에 1㎍이 들어있으면 1ppb가 된다) 2005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검게 태운 고기에는 벤조피렌이 2.6~11.2ppb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구운 고기에는 0.9ppb 정도였고, 조사된 55개 제품 중 훈연제품 19개에서는 모두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벤조피렌이 잔류기간도 길고 독성도 강한 발암물질임에는 틀림없으나, 고기를 구워먹을 때 검게 탄 부분만 제거하고 먹으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겠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2001년 내분비계 장애물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90건의 육류를 조사한 결과 가공하기 전의 육류에서는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불에 구운 육류에서는 검출되었고, 숯불에 직접 구웠을 경우에 가장 많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벤조피렌의 검출량은 숯불에 직접 구운 쇠고기 및 돼지고기는 각각 0.15㎍/㎏, 2.9㎍/㎏이었고, 불판을 사용하여 숯불에 구웠을 경우에는 쇠고기 0.01㎍/㎏, 돼지고기 0.02㎍/㎏이었으며, 가스를 사용하여 불판에서 구웠을 때에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모두 0.004㎍/㎏ 이하로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석쇠를 이용하여 숯불에 직접 구울 경우에는 불에 떨어지는 기름 등이 타면서 벤조피렌의 발생량이 많아지며, 가스는 완전연소하고 숯불은 불완전연소하기 때문에 가스를 사용할 경우에 벤조피렌 발생량이 적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벤조피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2006년 9월 국정감사 중 안명옥 의원이 식약청에서 제출 받아 국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매스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였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발표 내용은 2006년에 실시된 유해물질 선행조사 결과 총 41종 1,296개 식품 중 133개 제품에서 발암물질, 중금속, 식중독균 등이 검출되었는데 이중 16건이 기준을 위반한 부적합 제품이었으며, 시판 중인 올리브유 30개 중 9개 제품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이 1kg당 최소 0.03㎍에서 최대 3.17㎍ 검출되었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벤조피렌 규제 기준이 없으나 식약청의 권장규격은 2㎍/kg이며, 식약청은 권장규격을 넘은 제품에 대하여는 수거에 나서 현재 95% 가량 회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 내용이 크게 문제가 된 것은 한참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던 올리브유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과 매스컴의 선정적인 보도 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발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벤조피렌이 검출된 9개 제품은 모두 ‘퓨어 올리브유(pure olive oil)’였으며, 그 중에서도 8개 제품은 2ppb 이하이고 1개 제품만이 3.17ppb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올리브유는 대부분 고급품인 ‘엑스트라버진(extra virgin)’이며, 엑스트라버진은 이번 식약청 자료에서 모두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았다. 별로 사용되지도 않는 등급의 올리브유 한 개 제품에서 권장규격 부적합이 나온 것을 앞뒤 자세한 내용은 다 빼고 “올리브유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었다”는 것만을 강조하여 보도한 매스컴의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시중에 유통 중인 올리브유의 벤조피렌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며, 언론을 통해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됐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권장규격으로 관리되던 올리브유의 벤조피렌 함량이 2007년 5월부터 정식 기준으로 채택되게 되었다. 신설된 벤조피렌 기준은 권장규격과 동일한 2.0㎍/kg 이하이다. 권장규격이란 아직 정식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으나 관리의 필요성이 있는 물질에 대하여 국제기준 등을 감안하여 설정한 임시 기준으로서, 법적인 강제 사항은 아니나 개선권고 등의 행정지도와 필요시 자진회수 및 유통금지를 시킬 수 있는 규격이다. 권장규격 중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정식 기준으로 설정하게 된다.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지나가던 벤조피렌 문제는 2007년 3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초과 검출된 식용유가 대량 유통된 사실을 알고도 식약청이 이를 숨겨왔다”는 문화일보의 보도로 인하여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내용은 식약청이 2006년 8월에 유통 중인 식용유지 623건을 검사한 결과 47개 제품에서 권장규격을 초과한 벤조피렌이 검출되었으며, 그 중에는 유명 식품회사의 제품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보도에 대하여 식약청에서는 이미 2006년 12월에 있었던 ‘식품안전 열린 포럼’을 통하여 발표하였고, 2007년 1월 홈페이지에 내용을 게재하였다고 해명하였다. 이 사건 역시 언론의 한건주의식 보도 태도가 문제가 된 것으로, 식약청에서 이미 내용을 알고 대책을 세우기 위하여 예비조사를 한 결과를 왜곡하여 발표한 것이다. 그 후 올리브유에 대하여만 2.0㎍/kg 이하로 설정되었던 벤조피렌 규격은 2007년 12월부터 모든 식용유지로 확대되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벤조피렌은 대기, 물, 토양 등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농산물, 어패류 등 가공하지 않은 식품에도 미량 존재하며,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할 경우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이 분해되어 생성되기도 한다. 최근 식품을 통한 벤조피렌의 섭취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나, 모든 발암물질이 그렇듯이 섭취하는 양이 문제이다. 벤조피렌의 급성독성은 LD50이 약 250mg/kg이고, 만성독성의 기준이 되는 ADI는 아직 설정되어 있지 않다. 식약청 신종유해물질팀 허수정 박사가 2001년~2005년 5년간 국내 유통 중인 식품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결과 햄, 베이컨 등 육류의 벤조피렌 오염도가 54.4%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채소(19.2%), 곡류(11.5%), 과일류, 서류, 식용유지류, 어류, 패류의 순서였으며, 1일 평균노출량을 계산했을 때 벤조피렌에 의한 발암위험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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