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朱錫)은 인류가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원소이며, 기원전 3500년경에 이미 사용되었다. 역사적으로 신석기시대의 다음 단계를 청동기시대라고 하는데, 청동(靑銅)은 구리(銅)와 주석의 합금을 말하는 것이다. 주석(tin)이란 이름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며, 주석의 원소기호인 ‘Sn’은 주석의 라틴어 이름인 ‘스태넘(stannum)’에서 온 것이다. 스태넘은 원래 은과 납의 합금을 의미하던 것이었으나, 4세기경부터는 주석을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다. 국제순수및응용화학연맹(IUPAC)에서는 ‘tin’과 ‘stannum’을 함께 인정하고 있으며, 대한화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름은 주석이다.
주석은 원자번호가 50이고, 원자량은 118.71이며,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성질이 있는 은백색 고체 금속으로서 공기 중에서 잘 녹슬지 않으므로 도금이나 합금의 재료로 사용된다. 주석은 예로부터 금(金)이나 은(銀) 다음으로 가치 있는 귀금속으로 취급되었으며, 특유의 광택이 있기 때문에 공예품이나 생활용품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주석에 소량의 납, 구리 등을 섞은 합금으로 만든 생활용품, 장식품 등을 영어로 퓨터(pewter)라고 하며, 가장 오래된 퓨터 제품은 BC 1,500년경 이집트 고대왕조의 유적에서 출토된 술잔이다.
오늘날 주석은 소비량의 약 40%가 철, 구리 등의 표면을 도금하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부식을 방지하기 위하여 철의 표면을 주석으로 도금한 것을 ‘양철’이라 하며, 주로 통조림 캔에 많이 사용된다. 흔히 철로 만든 ‘steel can’을 ‘주석캔(tin can)’이라 부르는 이유는 철로 만든 거의 모든 캔이 주석으로 도금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석은 도금 외에도 청동이나 아말감(amalgam)과 같은 합금의 재료로 사용되며, 인체에 해가 없기 때문에 식품공업의 기계장치나 가정용 식기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주석의 유기화합물은 플라스틱 안정제, 촉매제, 살균제 등으로 사용된다.
주석은 최근에 들어서야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였으며, 아직 인체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주석은 인체에 아주 조금밖에 없는 미량미네랄로서 주로 부신선(副腎腺), 간, 뇌, 비장(脾臟), 갑상선 등에서 발견된다. 주석은 인체의 건강과 성장에 관여하며, 암을 막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 주석이 결핍되면 성장이 부진하고, 청력(聽力)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석은 토양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야채, 과일, 육류, 생선 등을 통하여 섭취할 수 있으며, 적정섭취량이나 상한섭취량 등은 설정되어 있지 않다.
주석은 다른 중금속과는 달리 섭취하여도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많은 양을 섭취하면 구토, 오심, 복통, 마비증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주석은 탄소를 포함한 유기물과 결합하여 유기화합물이 될 수 있으며, 이 중에는 독성이 매우 강한 것도 있다. 주석의 유기화합물은 코, 입, 피부를 통하여 흡수될 수 있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피부와 안구의 자극, 호흡기 자극, 오심이나 구토 등의 위장관계 영향, 신경계 이상 등의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식품 통조림에 사용된 주석캔 그 자체는 인체에 무해하나, 주석이 용출되어 식품 중의 어떤 성분과 반응하여 주석화합물로 변하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주석이 용출되어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통조림제품의 경우에는 법적 허용기준을 설정하여 규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캔의 주석 용출 기준은 150ppm 이하로 되어 있다( 단, 산성통조림인 경우에는 200ppm 이하 ). 캔을 개봉하여 산소의 공급이 충분하게 되면 용출 및 화학반응이 더욱 촉진되므로, 캔 제품을 개봉하였을 때에는 먹고 남은 내용물은 유리용기 등에 옮겨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