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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카자키균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08-08-25 08:08:19
첨부파일 조회수 2854
자식에 관련된 일이라면 모든 부모가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우리나라 부모의 자식 사랑은 세계적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도가 지나친 면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식품 사고 중에서도 아이들에 관련된 내용에는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영유아(嬰乳兒)의 분유나 이유식에서 감염될 경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미생물이 검출되었다는 2006년의 매스컴 보도 역시 곧바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이름도 생소하던 사카자키균이 금방 유명해지게 되었다.

사카자키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장(腸)에서 서식하는 대장균군의 일종으로서 1929년에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당시에는 황색 색소를 생산하는 균(菌)인 엔테로박터 클로아케(Enterobacter cloacae)의 일종으로 생각하여 ‘yellow pigmented Enterobacter cloacae’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후의 연구에서 E. cloacae와는 성질이나 유전적 배경이 다른 것이 밝혀졌고, 1980년에 파머(J.J. Farmer Ⅲ) 등에 의해 별도의 종(種)으로 분류되었으며, 장내세균 분야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일본인 사카자키 리이치(坂崎利一, Riichi Sakazaki) 박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그의 이름을 따서 ‘엔테로박터 사카자키(Enterobacter sakazakii)’라고 명명되었다.

사카자키균에 의한 신생아 뇌막염 사례가 최초로 보고된 것은 1961년이었으며, 2000년대 이후 사카자키균에 의한 빈번한 사고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2005년까지 전세계적으로 7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여 그 중 19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감염증상은 뇌수막염, 패혈증, 장염 등이며, 사망률은 초기에는 50%에 달하였으나 현재는 20% 정도로 낮아졌다고 한다. 2004년 FAO와 WHO 공동연구 결과 사카자키균은 신생아 중에서도 특히 조산아, 2.5kg 이하의 저체중아 및 면역결핍 증세가 있는 영아 등에게 위험하다고 경고되었으며, 6개월 이상의 유아나 건강한 성인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자키균은 공기, 토양, 물 등 자연환경에 널리 분포하며 분유, 치즈, 건조식품, 야채 등 일반식품에서도 검출된다. 건강한 성인의 장(腸)에서 검출되기도 하나 늘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주로 외부로부터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분유를 물에 탈 때 사용되는 용기, 기구 등의 오염에 의해 주로 병원의 신생아실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소량의 사카자키균에 감염되더라도 최소 100,000 마리 이상으로 증식되지 않으면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실제 감염증상의 발생 빈도는 매우 낮다.

최근까지 식품에서 사카자키균의 규격을 설정하여 관리하는 나라는 없었으며, 이 균이 대장균군의 일종이므로 ‘대장균군 음성’이라는 규격을 적용하여 관리하였고, 우리나라 역시 같은 방식을 취하였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06년 1월부터 6개월 이하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조제분유에 대하여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규격을 설정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사회적 관심 사항이 된 이후 2007년 12월부터 6개월 미만의 영유아가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 판매하는 식품에서는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서는 안 된다는 규격을 설정하게 되었다. CODEX, FAO, WHO 등의 국제기구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사카자키균의 규격은 설정되어 있지 않다.

국내에서 사카자키균이 문제로 된 것은 2006년 9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분유 1개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300g당 1마리 수준으로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는 같은 해 6월에 발생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집단식중독 사건으로 인하여 학교 단체급식의 운영체계에 관한 법이 새로 개정되고, 학교급식의 최대 공급업체였던 한 대기업은 사업을 중단할 정도의 사회적 큰 파장이 가시기도 전이었다. 이런 때에 학생들도 아닌 갓난아기에게 먹이는 분유에서 잘못되면 사망할 수도 있는 균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는 별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2004년에 영국, 미국 등에서 사카자키균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란 단체와 함께 2004년 5월에 국내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검사한 40건에서 모두 불검출이었다. 그 후 2005년 12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실시한 65개 제품에 대한 검사에서는 11개 제품에서 100g당 2마리 이하의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었으나, 검출된 제품은 대부분 6개월 이상의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위해가 우려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6년 4월~5월에 실시된 3차 조사에서는 검사한 32건 모두 불검출이었다. 그러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발표가 나온 이후인 10월에 실시한 6개월 이하 영유아 이유식 12개 제품에 대한 검사에서는 4개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소량 검출되었다.

사카자키균은 자연 환경에 널리 분포하고 곡물이나 분유에도 존재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멸균제품이 아닌 제품 중에서 검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곡물이나 분유를 살균하더라도 다른 원료나 제조공정의 환경에 의해서 오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량의 사카자키균에 의해서는 감염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2006년에 발표된 검출량 수준으로는 위험하지 않으므로 소비자들이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또한 살균을 위하여 과도한 열처리를 하면 영양소가 파괴될 수도 있으며, 과다한 시설투자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런 방향보다는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여 사용자(수유하는 엄마 등)가 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식약청에서는 분유를 탈 때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가열 소독한 건조한 수유도구(젖병, 수픈 등)를 사용하며, 70℃ 이상의 뜨거운 물로 분유를 조제하고, 상온에서 장시간 방치하지 않으며, 한 번 먹이고 남은 것은 바로 폐기할 것 등의 주의사항을 당부하였다. 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카자키균에 의한 발병 사례는 없었다. 그 이유는 분유를 미리 뜨거운 물에 타서 식힌 후 영유아에게 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70℃ 이상의 온도에서 분유를 조제하면 사카자키균은 거의 사멸하게 된다.

제품에서 균이 검출되는 수준이나 소비자의 사용 실태를 고려할 때 실질적인 위험도는 매우 낮아 공정을 개선할 필요까지는 없었으나, 여론과 소비자의 불매 움직임에 몰려 남양유업에서 제일 먼저 막대한 자금을 들여 4개월 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에 적합한 수준의 조제분유 무균화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사카자키균 제로화를 선언하였으며, 다른 회사도 시설투자를 하게 되었다. 또한 식약청에서는 ‘사카자키균 불검출’이라는 규격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확률이라도 절대 안 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었는지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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