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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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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약 및 수술 등 기존의 의료체계가 현대인에게 급증하고 있는 성인병이나 만성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최근에는 독성이 없고 안전한 천연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타우린이며, 이는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은 ‘박카스D’의 주성분이기도 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이름이 낯설지 않다. 마른 오징어의 표면을 덮고 있는 흰 가루가 바로 타우린이며, 얼마 전까지 오징어, 문어 등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고 하여 기피되기도 하였으나, 요즘은 여러 가지 유용한 생리활성 작용을 하는 타우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오히려 건강식품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타우린(taurine)은 1827년 독일의 티드만(Friedrich Tiedemann)과 그멜린(Leopold Gmelin)에 의해 소의 담즙(膽汁, 쓸개즙)에서 처음 분리되었으며, 타우린이란 이름은 라틴어로 황소를 의미하는 ‘taurus’에서 유래되었다. 타우린의 분자식은 ‘H2NCH2CH2SO3H’로서 일반적으로 황(S)을 포함한 아미노산의 일종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카복실기(carboxyl group, -COOH)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아미노산이 아니며, 설폰산기(sulfonate group, -SO3H)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아미노설폰산’이라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학술적 이름은 ‘아미노에테인설폰산(2-aminoethanesulfonic acid)’이다.
타우린은 식물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으나 동물에는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사람의 경우에는 심장, 뇌, 간 등의 주요 장기에 유리상태로 다량 함유되어 있고, 근육에는 글루타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아미노산이다. 타우린은 최초로 발견된 이후에도 한 동안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며,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1975년 헤이즈(K.C. Hayes) 등이 장기간 타우린이 결핍된 사료를 섭취한 고양이의 광수용체(photoreceptor)에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발표하여 영양학적인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타우린의 생체 기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어졌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타우린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알려진 타우린의 기능은 간에서 담즙산의 생성을 촉진시켜 음식물로 섭취한 지방의 흡수를 도와주고 혈액 중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동맥경화와 같은 질병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중성지질을 원료로 하여 간에서 만들어지며,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 간으로 운반되어 타우린 또는 글리신과 결합하여 담즙산을 형성하게 된다. 형성된 담즙산은 장으로 배출되며, 장에서 지방을 흡수하는 것을 돕게 되고, 일부는 대변으로 배설되게 된다. 이와 같은 체내의 순환에서 타우린은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및 지방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타우린은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 간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화학물질, 농약, 독소 등 유해물질은 간에서 분해되어 수용성 물질로 전환되어 담즙이나 소변과 함께 체외로 배출되며, 이런 간의 해독작용에는 타우린, 시스테인(cysteine) 등과 같은 황 함유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간의 해독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여러 종류의 항산화제가 간에 충분히 존재하여야 하며, 타우린은 항산화제로서의 역할도 한다. 타우린은 또한 염증부위에 발생하는 독성이 강한 차아염소산(HOCl)과 반응하여 제거함으로써 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타우린이 피로물질인 젖산(lactic acid)을 제거하여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증거는 없다.
타우린은 뇌에 있는 아미노산 중에서 농도가 가장 높으며, 중추신경계에 다량 함유되어 있어 두뇌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 정확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타우린은 과도한 신경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조절 작용을 하여 혈압강하나 뇌졸증 예방의 효과가 있으며, 간질의 발작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간질병의 진정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타우린은 망막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며, 광수용체 세포막에 존재하는 인지질의 산화를 억제하여 망막의 구조를 안정화시킨다. 타우린의 결핍이 지속되면 망막의 기능이 퇴화하여 실명하게 된다.
타우린은 심장의 수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칼슘이온의 농도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여 심장을 보호한다. 근육세포 안의 소포체(小胞體)에 저장된 칼슘이 방출되면 근육이 수축되고, 방출된 칼슘 이온이 소포체로 되돌아가면 수축된 근육이 이완되는데, 타우린은 심장근육세포 안에 칼슘이 과잉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여 심장의 수축력을 강화한다. 타우린의 항산화 기능은 심장근육의 세포막이 산화되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여 심장근육을 보호한다. 이런 이유로 타우린은 강심제로 사용되고, 심장의 근육이 늘어나는 확장성심근증(dilated cardiomyopathy)의 치료제로도 이용된다.
이외에도 타우린은 삼투압 조절작용을 통하여 세포의 부피를 유지하며, 지질대사를 촉진하여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고,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타우린은 두뇌, 망막 및 심장을 비롯한 주요 기관의 정상적인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임신기간 중에 타우린이 부족하면 유산과 사산의 확율이 높아지고, 저체중이거나 중추신경계의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타우린은 어린이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하여 모유에는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으며, 영양강화제로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의 하나로서, 조제분유에는 타우린을 첨가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타우린의 다양한 기능이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 생체 내 작용 매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의학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한 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타우린은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에 선정되지 못하였다. 흔히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또는 ‘건강음료’라고 부르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통속적인 명칭일 뿐이며, 건강기능식품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타우린이 피로를 없애준다거나 숙취를 제거하고 활력을 준다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선전되고 있으나, 이는 과학적 증거가 없는 업체의 상술일 뿐이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타우린을 합성할 수 있으나 고양이는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하여 외부에서 섭취하지 않으면 결핍증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고양이 사료에는 반드시 타우린을 첨가하여야 한다. 타우린 결핍증상이 최초로 발견된 것도 고양이이며, 이 때문에 사람에게도 꼭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사람의 경우 타우린은 필수영양소가 아니다. 사람은 쥐나 개에 비하여는 타우린을 합성하는 능력이 적으나, 시스틴(cystine), 시스테인(cysteine), 메싸이오닌(methionine) 등 황을 함유한 아미노산으로부터 타우린을 합성할 수 있으며, 주로 뇌와 간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타우린의 기능은 비타민과 비슷하나 인체에서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타민으로 보지 않고 ‘비타민 유사물질’로 분류된다.
체내 타우린의 균형은 체내 합성량 및 식이 섭취량의 합계량과 체외 배설량의 차이로 결정된다. 타우린은 담즙으로 장에 배출된 후 일부가 대변으로 배설되기도 하나 대부분은 소변으로 배설되며, 소변으로 배출되는 타우린의 양은 신장에서 조절할 수 있어서 식이 섭취량이 부족해지면 신장에서 재흡수 되는 양이 증가하여 체내 적정 보유량을 유지하게 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에 약 200mg의 타우린을 소변을 통해 배출한다고 하며, 타우린은 인체의 조절능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일부러 식품으로 보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신생아나 유아의 경우에는 타우린의 체내 합성 경로가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합성량이 제한되어 외부로부터 보충하여야 한다.
타우린은 오징어, 낙지, 문어 등 연체동물과 새우, 게 등 갑각류 및 굴, 조개 등 패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육류와 생선에도 들어있으나 식물성 식품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타우린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보다는 체내에서 합성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철저한 채식주의자의 경우에도 결핍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 타우린을 과잉 섭취하였을 경우에도 부작용은 별로 없으나, 특수한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른 치료 목적 외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는 효과도 없다. 건강음료를 마시고 일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위약효과(僞藥效果)일 뿐이다. 타우린이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임에는 틀림없으나, 굳이 건강식품으로 보충하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은 체내에서 합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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