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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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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에 땀을 흘려가며 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여름이 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얼큰하고 뜨거운 육개장이 더욱 생각나게 된다. 육개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음식으로서, 한 그릇 끓여놓으면 별다른 반찬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인에게도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육개장은 2007년 말에 개봉되어 대단한 호응을 얻었던 <식객(食客)>이란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고 막판 대반전의 묘미를 이끌어낸 음식으로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육개장이란 단어는 ‘육(肉)’과 ‘개장’이 합쳐진 말이다. 육(肉)은 넓게는 모든 짐승의 고기를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쇠고기를 뜻하며, ‘개장’ 또는 ‘개장국’이란 ‘개고기를 끓인 국’이란 의미로 오늘날의 ‘보신탕’과 같은 것이다. 예전에는 어느 짐승의 고기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개고기였으므로 개장은 여름철 보양식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개(拘)’라는 본래 의미를 떠나서 고기류를 넣고 끓인 보양식이란 일반명칭으로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개장과 유사하나 개고기 대신에 쇠고기를 사용한 장국은 ‘쇠장국’ 또는 ‘육장(肉醬)’이 아닌 ‘육개장’이 되었으며, 닭고기를 사용한 것은 ‘닭개장’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일부 식당의 메뉴판을 보면 ‘육게장’, ‘육계장’, ‘닭계장’ 등의 표기도 보이는데 이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육개장은 원래 서울의 향토음식으로서 개장국(보신탕), 삼계탕과 함께 여름철의 대표적인 보양식이었다. 서울 향토음식은 궁중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육개장은 왕실이나 선비들처럼 개장국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개발된 음식이다. 각 지방으로 전파되면서 육개장의 재료나 요리법은 약간씩 변형되었고, 특히 대구(大邱) 지방은 무더운 분지형 기후로 인하여 즐겨 먹게 되어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발전하였으며, 육개장 대신에 ‘대구탕’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대구탕의 대구는 생선의 ‘대구(大口)’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명인 ‘대구(大邱)’를 뜻한다. 일부에서는 ‘개고기 대신’이라는 의미인 ‘대구(代拘)’로 해석하기도 하며, 대구탕 외에도 ‘쇠고기탕국’ 또는 ‘쇠고기매운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구의 명물 중의 하나인 ‘따로국밥’ 역시 육개장의 변형이다. 원래 서울 등 다른 지방에서는 육개장에 밥을 미리 말아서 나오는데 밥과 국이 따로 나온다고 하여 따로국밥이다. 처음에는 대구에서도 국과 밥이 한꺼번에 나오는 ‘국밥’이 일반적이었으나, 1946년에 문을 연 ‘국일’이라는 식당에서 손님들의 요구에 맞추어 국과 밥을 따로 제공한 것이 인기를 끌게 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따로국밥의 원조인 ‘국일따로국밥집’은 현재에도 영업 중이다. 이 따로국밥은 대구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으로 유행하였으며, 오늘날에는 오히려 육개장 하면 밥을 뺀 탕(湯)만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로국밥이 전국적으로 전파되면서 육개장이 아닌 우거지선지국, 해장국, 설렁탕 등과 밥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도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 민족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하여 여름철에 오히려 뜨거운 탕류(湯類)를 즐겨 먹었는데, 더위를 피하기보다는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음으로써 더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한의학 이론에 따르면 날씨가 더워지면 동굴 속이 더 시원해지듯이 우리 몸도 외부 온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내장은 더 차게 되어 음기(陰氣)가 축적되며, 따라서 따뜻하고 양기(陽氣)가 충만한 음식을 먹어서 음기를 몸 밖으로 밀어낼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음식이 바로 보양식인 것이다. 땀을 흘리며 보양식을 먹고 나면 시원하고 몸이 확 풀리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여름에 오히려 뜨거운 탕을 먹은 것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 더운 날씨로 인하여 음식이 부패하기 쉬운데 탕으로 끓여 먹음으로써 식중독을 예방한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있다 하겠다.
일반적인 육개장의 요리법은 개장국(보신탕)과 유사하며, 개고기 대신에 쇠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날뿐이다. 보통 쇠고기국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여 맑게 끓이는데 비하여 육개장은 개장국과 마찬가지로 고춧가루나 고추기름을 많이 사용하여 얼큰하게 끓이는 것이 맛의 포인트이다. 대구식 육개장의 다른 이름인 쇠고기매운탕도 이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육개장 하면 붉은 색의 국물이 먼저 떠오르는데, 우리 조상들은 붉은 색이 액운을 막고 귀신의 침범을 막는 색이라고 믿었다. 육개장이 장례식장의 단골메뉴로 자리잡게 된 것은 간편하고, 오래 끓여서 상할 우려가 없다는 장점 외에도 문상객들을 주변 잡귀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육개장에 사용하는 쇠고기는 주로 결대로 잘 찢어지는 양지머리나 사태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는 살코기를 푹 삶은 후 가늘게 찢어서 넣게 되지만, 대구식 육개장인 대구탕에서는 고기를 찢지 않고 깍두기 크기로 자른 쇠고기를 푹 고아서 흐물흐물하게 풀리도록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쇠고기 외에는 숙주나물, 콩나물, 토란, 고사리, 대파, 느타리버섯 등의 부재료와 간장, 참기름, 고추, 마늘, 후춧가루 등의 양념류가 사용되며, 때로는 계란을 풀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궁중식 육개장의 경우에는 숙주나물이나 토란, 고사리 등은 사용하지 않고 쇠고기와 대파 외에 약간의 양념만을 사용하여 개운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육개장은 원래 보양식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보양식이란 인식은 많이 퇴색하고 평소의 식사에 제공되는 전통음식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육개장은 조리에 걸리는 시간이나 들어가는 재료에 비하여 저렴한 메뉴로 인식되어 일반적인 한식당에서는 구색을 갖추는 메뉴 정도로 취급되고 있으며, 전문점의 숫자도 매우 적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제대로 된 육개장을 맛볼 기회가 적으며, 많은 사람의 인식 속에는 ‘장례식장에서 먹은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 매운탕’ 정도의 이미지가 박혀있다.
육개장은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고기를 푹 우려 국물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한 2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조리하기에는 다소 번거로운 면이 있어 맞벌이부부가 대부분인 요즘의 가정에서는 식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냉동 또는 레토르트로 가공되어 나온 육개장도 많이 있으나,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어서 맛이나 품질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초창기의 공장김치가 여러 면에서 부족하였으나, 식품업계의 노력으로 맛과 품질에서 많은 향상을 이루어 김장을 담그는 대신에 제품화된 김치를 사서 먹는 가정이 늘게 된 것처럼 육개장 등 전통 탕류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하여는 식품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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