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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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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식품인 햄과 소시지는 맛과 요리의 간편성 때문에 우리의 식탁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식품으로 자리잡았다. 2004년 한 케이블TV에서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더니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 햄, 소시지를 포함한 고기류였다고 한다. 미군부대에서 먹다 남거나 몰래 민간에 유출된 식자재로 만든 찌개라서 ‘부대찌개’라는 이름이 붙은 지난 시절의 슬픔이 담긴 요리는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식품이 되었으며, 이 부대찌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도 햄과 소시지이다. 이 햄과 소시지가 원료로 사용된 식품첨가물로 인하여 ‘불안한 식품’으로 취급 받고 있다.
고기를 오래 두거나 열을 가하면 고유의 선홍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게 되며, 이를 막기 위하여 햄, 소시지 등을 가공할 때에는 발색제(發色劑)를 사용한다. 그 자체의 색을 식품에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색을 내는 착색료(着色料)와는 달리, 발색제는 그 자체로는 색이 없으나 식품 자체에 있는 색소 성분의 발색을 촉진하거나 안정화시켜 색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식품첨가물로서 색도유지제(色度維持劑)라고도 한다. 주로 육류가공품에 사용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 NaNO2), 질산나트륨(sodium nitrate, NaNO3), 질산칼륨(potassium nitrate, KNO3) 등 3개 품목이 허용되고 있다.
질산나트륨이나 질산칼륨의 질산이온(NO3-)은 세균이 생성하는 환원효소에 의해 아질산이온(NO2-)으로 변해야 비로소 그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장기간 염지(鹽漬)을 필요로 하는 뼈가 붙어있는 햄 등의 제품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대부분의 제품에는 아질산나트륨이 사용된다. 따라서, 발색제라고 하면 보통 아질산나트륨을 생각하게 된다. 불안정한 화합물인 아질산이온(NO2-)은 육류에 함유되어 있는 붉은 색소인 미오글로빈(myoglobin)이나 헤모글로빈(hemoglobin)과 결합하여 안정된 화합물인 니트로소미오글로빈(nitrosomyoglobin)이나 니트로소헤모글로빈(nitrosohemoglobin)을 형성하여 육류의 선홍색이 유지되도록 한다.
식품첨가물은 일반적으로 한 가지 용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며, 아질산나트륨의 경우도 햄, 소시지 등 육류제품의 색소 고정 목적 이외에 보존성이나 염지육(鹽漬肉) 특유의 향미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육가공 제품에 많이 발생하는 식중독균인 보툴리누스균(Clostridium botulinum)의 성장을 억제하고, 지방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 육류가 상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존료(保存料) 또는 산화방지제(酸化防止劑)의 역할도 한다.
육류의 먹음직스러운 고유 색상을 유지시키고, 보존성과 풍미를 향상시키는 유익한 작용을 하는 아질산나트륨이 문제로 되는 것은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아질산이온은 우리 몸 속에서 아민(amine)과 반응하여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이라는 화합물이 된다. 아질산이온이 들어있는 육가공품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에도 니트로소아민이 형성될 수 있다. 니트로소아민은 동물실험에서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양이 농축되면 출산 장애나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아질산이온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아질산나트륨의 다량 섭취는 메트헤모글로빈(methemoglobin)을 형성하여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린다.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중에 있는 철(Fe)은 정상적인 경우 2가이온(Fe++)으로 되어 있으나, 아질산나트륨의 작용으로 산화되어 3가이온(Fe3+)이 되면 산소 운반 능력이 없어지고, 혈액의 색깔도 검붉은 색으로 변하여 손발의 끝과 입술이 파랗게 변한다. 이렇게 변한 헤모글로빈을 메트헤모글로빈이라고 하며, 정상인 경우도 혈액 중에 소량 존재하지만 1% 이상이 될 경우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라고 부르며, 메트헤모글로빈을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으로 환원시키는 효소가 부족한 생후 1년 이하의 유아에게서 나타나기 쉽다.
이와 같이 아질산나트륨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의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는 아질산염에 대하여 일일 섭취허용량(ADI)을 아질산이온으로서 체중 1kg당 0.06mg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성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용량에 제한을 두는 조건에서 식품첨가물로 허용하고 있다. 어육가공품이나 명란젓 등의 생선알 가공품에도 사용되지만 가장 많은 용도는 식육가공품이며, 식육가공품에 대한 각국의 아질산염 사용기준은 우리나라 0.07g/kg, 일본 0.07g/kg, 미국 0.2g/kg, EU 0.05~0.175g/kg, CODEX 0.05~0.125g/kg 등이다.( ※ 한국과 일본은 아질산이온으로, 그 외에는 아질산염류로 표현한 값임 )
햄과 소시지 등 육류가공제품이 식품첨가물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소비자들의 의심을 받게 된 이유는 그 색깔 때문이었다. 삼겹살 등을 구워 먹으면 익으면서 본래의 고기 색깔이 퇴색하는데, 돼지고기를 주원료로 한 햄과 소시지는 열을 가하여도 본래의 선홍색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무언가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섞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런 불안한 심리에 불을 지핀 것은 서울환경연합이라는 시민단체였다. 서울환경연합은 2004년 4월 햄, 소시지 등 육류가공식품 30여 품목에 대한 아질산염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제품 1g당 0.05mg을 넘는 제품이 25%에 이르며, 어린이들이 아질산염의 일일 섭취허용량(ADI)보다 과잉으로 섭취하고 있어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서울환경연합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육가공품에 대한 아질산염 사용기준은 1g당 0.07mg까지 첨가할 수 있으며, 한편 하루 최대 섭취허용량은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에 따라 체중 1kg당 0.06mg으로 정해 놓았으므로, 이들 기준에 의하면 햄 1조각(25g 기준)에는 최대 1.75mg(0.07x25)까지 첨가할 수 있어서, 체중 20kg의 어린이가 햄 1조각만 먹어도 하루 섭취허용량 1.2mg(0.06x20)을 넘어버리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질산염은 육가공품의 색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하여 넣는 식품첨가물인데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감수하면서 굳이 첨가할 이유가 없으므로 아질산염 사용 금지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환경연합의 주장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일일 섭취허용량(ADI)이란 그 양만큼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할 경우를 가정하여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수준을 정한 것이다. 물론 성장을 하면서 체중도 증가하게 되므로 같은 사람이라도 일일 섭취허용량은 항상 같지가 않다. 따라서, 하루 혹은 수 주일 동안 이 허용량을 초과하여 섭취하였다고 하여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육가공품 섭취 빈도를 고려하면 일시적으로 일일 섭취허용량을 초과할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초과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하여 조사, 발표한 자료(2005.3)에 의하면 2004년 5월~10월 기간 중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29개 제품 중에서 94%에 달하는 121개 제품에서 아질산염이 검출되었으며, 사용기준을 초과하여 첨가한 제품은 없었고,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섭취량도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한 일일 섭취허용량 대비 1% 정도로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햄이나 소시지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3~6세 아동의 아질산염 섭취율은 일일 섭취허용량의 5% 수준으로 평균치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환경연합의 발표가 있은 후에 아질산염의 해로운 점에 대하여 주장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많이 유포되고 있으나, 대부분은 사실과 다르거나 일부러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햄이나 소시지 등의 육가공식품에 아질산나트륨이 들어있다거나, 니트로소아민이 발암물질이며, 아질산나트륨의 다량 섭취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를 해독할 능력이 있으며, 사용기준을 준수한다면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고, 우리나라의 사용기준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엄격한 편이다.
아질산나트륨의 위해성에 대한 실험 결과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절대로 먹지 못할 만큼 과다한 양을 실험동물에게 억지로 먹여서 얻은 것이며, 위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 실제로 위험하다는 결론은 아니다. 어떤 발암물질도 조금만 먹으면 바로 암에 걸리게 하지는 못하며, 암을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양을 섭취할 경우에만 암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식품을 통한 아질산염 과다섭취로 인하여 부작용이 일어난 사례는 보고된 것이 없으며, 아질산염은 우리보다 육가공식품을 훨씬 많이 먹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이고, 오히려 첨가하지 않을 경우는 보툴리누스균에 의한 식중독의 위험이 있다.
아질산나트륨 등의 발색제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좋으나, 정확하지 않은 주장에 동조하여 햄이나 소시지 등의 육가공식품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을 만큼 공공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방치할 정도로 식품관련 공무원들이 무지하거나 태만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런 내용을 인터넷에 무책임하게 유포시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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