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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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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학교에서 대규모 집단식중독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었으며, 그 원인으로 지목된 “노로바이러스(norovirus)”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또한, 이를 계기로 학교급식의 운영 체계에 대한 법이 새로 개정되고, 학교급식의 최대 공급업체였던 한 대기업은 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었다. 그 해 겨울 다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사고가 여러 건 보도되었고, 이웃 일본에서도 전국적으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환자가 8만 명 이상 발생하여 41명이 사망하는 등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어( NHK, 2006.12.23 ) 경각심을 환기시켰다.
노로바이러스는 1968년 미국 오하이오(Ohio)주 Norwalk 지방의 한 학교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처음에는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노와크바이러스(Norwalk viruses)”라고 하였다. 그 후 유사한 식중독 환자에게서 이와 비슷한 바이러스가 계속 발견되고,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여러 가지 이름이 붙여졌으나, 그 모두를 “유사노와크바이러스(Norwalk-like virus)”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는 그 모양이 작은 구형이므로 “소형구형바이러스(small round structured virus)”라고도 하였고, 바이러스의 분류 상 Caliciviridae과(科)에 속하므로 “caliciviruses”라고도 불렀다. 그러다가 2002년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에서 “노로바이러스속(屬)(norovirus genus)”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승인하였다.
노로바이러스는“바이러스성 장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1년 중 전체 설사 환자의 약 10%는 이 때문에 발생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체외에서는 증식할 수 없으나 영하의 저온에서도 죽지 않기 때문에, 세균성 장염과는 달리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특히 겨울철에 자주 발생한다. 이 점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 감기나 독감이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60℃ 이하의 온도에서 생존이 가능하므로 연중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세균성 식중독은 보통 수십~수백 만 마리의 균을 섭취하여야 발병하고 전염성이 없지만,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100개체 이하의 소량만 섭취하여도 발병하며, 전염성이 있어 2차 감염으로 인하여 대형 식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등 수인성 전염병과 유사하다. 노로바이러스는 세균이 아니므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으며, 직경은 약 30nm( 0.03㎛ )로서 세균보다 훨씬 작다( 세균의 크기는 0.5~10㎛ 정도이다 ).
노로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분변이나 구토물과 함께 체외로 나와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전파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극히 적은 수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만졌던 물건을 통하거나 환자의 입에서 나오는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공기전염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환자의 가족이 2차적으로 감염되기 쉬우며,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은 자신도 감염되지 않도록 반드시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설사 증세를 보이는 유아의 기저귀는 특별히 주의하여 취급하여야 한다.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이나 음료수를 섭취하였을 때, 오염된 물건을 만진 손으로 입을 만졌을 때, 질병이 있는 사람을 간호하거나 환자와 식품, 기구 등을 함께 사용하였을 때에도 감염될 수 있다. 환자의 대변으로 배출된 노로바이러스는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나 세척수로 사용하는 경우 대규모 집단식중독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집단식중독 사고가 방생하면 식당이나 식품 납품업체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하게 된다.
장염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질병 원인이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감염자의 채변검사를 통하여 확인한다. 채변검사를 통하여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우는 혈청테스트를 하여 검사한다. 이 때문에 장염성 식중독이 발생하면 식품 취급 종사자의 채변 및 혈액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노로바이러스는 환자의 가검물( 대변, 구토물, 혈액, 땀 등 )에서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식중독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식품에서 노로바이러스를 직접 검출하는 기술이나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식품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사하기 위하여는 분리, 농축 등의 전처리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다양한 식품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성분이 장애가 되어 모든 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 공인된 시험법이 확립되지 못하였다. 다만, 굴(oyster)의 경우는 노로바이러스가 농축되어 있어 비교적 검출이 용이하기 때문에, 최근에 검출법이 확립되었다.
현재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증가 추세에 있는데, 이는 식중독 자체의 증가 외에 검사법이 개발되고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일반화됨에 따라, 이전에는 원인불명으로 보고하던 것이 노로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유도 있다. 식중독의 원인이 노로바이러스라고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중합효소연쇄반응이라는 분자생물학적 검사로 바이러스의 핵산 수를 증폭해 찾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이후 질병관리본부 간염폴리오바이러스팀에서 노로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면서 매년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집단식중독이 보고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증상은 섭취하고 24~48시간 후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2시간 후에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설사, 구토, 메스꺼움, 복통 등이며, 때로는 두통, 오한 및 근육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정도가 심하면 탈수, 발열, 발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심각한 건강상 위해는 없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1~2일 이내에 자연 치유되지만 어린이,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심한 탈수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유아원이나 양로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린이나 노인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 구토와 설사를 할 때에는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하여 다량의 음료를 섭취하여야 한다. 현재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나 예방 백신은 없으며,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예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손을 자주 씻는다.( 특히 화장실 사용 후, 기저귀 교체 후, 식사 전, 음식 조리 전,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 ⊙ 과일과 채소는 철저히 씻어야 하며, 가능하면 익혀서 먹는다.( 노로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온도와 시간은 아직까지 확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다른 바이러스의 예로 보아 85℃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감염성이 없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 ⊙ 칼, 도마, 식기, 행주 등은 열탕( 85℃ 이상 )에서 1분 이상 가열하여 소독한다. ⊙ 물탱크, 저수조, 배관 등을 청결히 하여 위생적인 식수를 공급한다. ⊙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한다. ⊙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회복 후에도 3일 동안은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야 하며, 환자에 의해 오염된 식품은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한다.( 감염자는 감염되고 24~48시간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을 느낀 날부터 회복 후 최소 3일까지 전염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는 회복 후 2주 정도까지 전염력을 갖기도 한다 ) ⊙ 질병이 발생하면 오염된 곳은 소독제로 철저히 세척하고 살균한다. 감염된 옷과 이불 등은 즉시 비누를 사용하여 뜨거운 물로 세탁한다. ⊙ 환자의 구토물은 적절히 폐기하고, 주변은 청결을 유지한다. ⊙ 화장실 변기, 싱크대는 물론 문 손잡이도 락스와 같은 염소소독제로 소독한다.( 염소 농도가 10ppm 이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노로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 소독이 끝나면 10분~20분 후에 물로 잘 닦아준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위생과 의료시스템의 미비로 발생되는 후진국형 질병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아주 빈번히 발병해 확산되는 전염성 질병이다. 2000년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위생 선진국에서도 노로바이러스가 식중독을 제일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음식점, 요양원, 병원, 학교, 유람선, 연회장, 여름캠프 등에서( 즉, 다른 사람이 준비한 음식을 먹게 되는 장소 ) 발생하기 쉽다.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1966~2000년 사이에 발생한 노로바이러스의 주요한 전파경로는 식품 매개(39%), 감염자와의 접촉(12%), 수인성(3%) 등으로 조사되었다. 지금까지 노로바이러스를 일으킨 주된 원인 식품은 가열하기가 곤란한 신선 야채류, 음용수 등이며, 특히 날로 먹는 생굴(oyster)이 위험하다.
노로바이러스는 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에 한 번 감염되었더라도 다른 종류의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재감염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다. 노로바이러스는 특정한 혈액형 항원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노로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혈액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O형인 사람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고, B형은 잘 감염되지 않는다.
환자의 배설물 1g에서 10억 개 정도의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다고 하므로,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5g의 환자 배설물에 있는 노로바이러스로 5천만 명, 즉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감염시키고도 남는 감염력을 가진다. 이렇게 높은 감염률에도 불구하고 법정전염병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는 증세가 배탈, 설사 등으로 아주 경미하여 자신이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는 쉽게 증상이 나타나지만 세균성 감염에 비하면 그 증세가 아주 경미하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매스컴 등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만큼 위험한 질병이 아니다. 간혹 일본의 경우에서처럼 노약자의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므로, 그 사망 원인이 반드시 노로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도 애매하다. 2006년 학교급식 사건에서도 2,800여 명의 학생이 감염되었으나 사망, 장기입원 등의 심각한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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