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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조사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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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학교 급식에서의 집단식중독 사고, 이유식에서 사카자키균 검출 등 계속하여 미생물과 관련된 식품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됨에 따라 그 대안으로서 “방사선조사식품(放射線照射食品, irradiated food)”이 거론되고 있다. 방사선 조사는 식품의 살균이나 보존기간 연장을 위해 방사선 에너지를 일정시간 동안 식품에 처리하는 것을 말하며, 1905년에 처음 시도된 이후 1971년 우주비행사의 음식에 일부 적용된 것을 계기로 그 대상 식품을 확대하여 왔으며 현재는 세계 52개국에서 250여 품목에 대하여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26개 품목에 대하여 방사선 조사가 허용되어 있으며, 그 대상을 확대시키는 것이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소비자들이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방사선(放射線, radiation)이란 에너지의 흐름이기 때문에 방사선이 지나가는 곳에 어떤 물체가 자리하면 방사선 에너지의 일부가 그 물체에 흡수된다. 방사선의 일종인 햇빛에 피부가 노출되면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흡수된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는 그레이(Gy)이며, 1Gy는 1kg의 식품에1주울(J, Joule)의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과 같은 양의 에너지다. 종전에는 라드(rad)라는 단위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1Gy는 100rad에 해당한다. 0.05~1 kGy의 방사선을 조사함으로써 야채나 과일의 발아, 숙성 등 성장을 억제하여 보관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0.5~3 kGy의 방사선 조사로 곡물, 콩, 과일, 건조식품, 생선, 생고기 등 저장식품에 들어있는 유충과 알을 포함한 해충류를 죽이거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미생물의 종류 및 오염도에 따라 1~10 kGy의 방사선 조사로 식품에 있는 미생물을 살균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의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한 우려의 첫 번째는 “방사선”이란 용어에서 오는 거부감이다. 자주 혼동되는 “방사능(radioactivity) 오염식품”은 핵 반응기 누출사고 또는 핵실험에서 발생된 방사능 물질에 의해 오염된 식품으로서 방사선조사식품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방사능이란 불안정한 원소의 핵이 스스로 붕괴되어 안정된 원자핵으로 변환하면서 내부로부터 알파(α)선, 베타(β)선, 감마(γ)선 등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방사선 조사란 방사능 물질에서 나오는 에너지(방사선)를 식품에 쪼이는 것으로, 방사선은 식품을 통과해 빠져나가 버리므로 식품 속에 방사능이 잔류하는 일은 없다. 건강검진을 할 때에 X-ray 사진을 찍는다고 인체에 방사능 물질이 남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며, 연탄불로 밥을 지을 때 열만 전달되고 연탄이 밥에 섞이지 않는 것과 같다.
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사선은 고에너지의 감마선, 엑스선, 가속전자선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런 방사선은 이온을 만들기 때문에 전리방사선(ionizing radiation)이라 부르며 가시광선, 자외선, 마이크로파, 전파 등 비전리방사선에 비하여 높은 에너지를 갖는다. 식품에는 주로 감마선이 사용되며 침투력이 좋고, 균일하게 조사되고, 환경에 유해한 위험도가 적은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감마선 중에서도 코발트60(Co-60)에서 나오는 감마선만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방사선 조사는 국가에서 허가를 얻고 면허를 받은 방사선 조사 시설에서만 할 수 있다.
방사선조사식품에 방사능이 잔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소비자단체에서는 방사선의 높은 에너지에 의해 발생하는 “방사성 분해산물(radiolytic products)”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단체의 주장에 의하면 식품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이 과산화수소 등 독성이 강한 액체로 변하고, 식품을 구성하는 세포의 DNA 차원에서 변형이 일어나며, 영양물질이 파괴되는 대신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들의 독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사선 조사에 의하여 방사선 분해산물이 생성되는 것은 사실이다. 방사성 분해산물의 생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조사되는 방사선의 양이며, 어떤 연구에 의하면 60kGy로 조사한 식품 속에 약 60종류의 방사성 분해산물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방사선 조사 전의 식품에도 이미 미량 함유되어 있는 것이거나 다른 종류의 식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으로 전혀 생소한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일반적인 가열, 건조 및 전자레인지 등의 처리에서도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 5월 제네바에서 과거 40년간의 방사선조사식품에 관한 다양한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WHO(세계보건기구), FAO(국제식량농업기구),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의 국제기구와 IOCU(국제소비자연맹) 등은 공동으로 10kGy 이하의 방사선 조사는 건강에 해로움을 줄 수 있는 식품성분의 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며, 방사선조사식품에서는 어떠한 방사능도 검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유전독성학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한 10kGy 이하로 조사할 경우 심각한 화학적인 변화는 찾아 볼 수 없었으며, 발견된 화합물들이 방사선조사식품에만 특이하게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국제적 합의 규격은 10kGy 정도이나, 1990년 WHO/FAO/IAEA 공동주최 전문가회의에서는 그 100배인 1,000kGy까지 높여도 건강상 위험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60℃ 이상에서 사람이 화상을 입는 것처럼 1Gy 수준의 방사선을 직접 쬐면 사람이 죽는다. 80℃에서 대부분의 미생물이 사멸하는 것처럼 10 kGy에서 대부분의 미생물이 사멸한다. 100℃ 이상에서 식품이 타거나 색이 변하는 것처럼 100 kGy 수준으로 조사하면 식품은 이취를 내거나 색상이 변한다. 불에 탄 음식에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는 것처럼 방사선 조사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하면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을 일부러 태우지 않는 것처럼 방사선 조사도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조사할 이유가 없으며, 이런 경우 팔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시민단체들은 방사선조사식품이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인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고, 방사선조사식품에만 특별한 물질이 생성되어 마치 독 덩어리인 것처럼 과장하여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소비자단체들의 또 다른 우려는 방사선조사식품의 처리과정에서 식품이 갖고 있는 본래의 맛을 변질시키고 영양가를 파괴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10kGy 이하로 조사할 경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및 무기질 등의 영양소는 변화가 없으며 비타민의 일부가 손실된다. 그러나, 그 손실 정도는 끓이거나 가열하는 등의 일반적인 조리 시에 발생하는 손실이나 통조림, 훈증, 건조 등 다른 살균방법에서의 손실보다 적다. 가장 좋은 것은 살균처리가 필요 없는 안전하고 신선한 식품만을 섭취하는 것이나, 현대 사회에서 특히 도시 생활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비타민 손실은 방사선 조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살균처리를 하여야만 하는 현실에 원죄가 있는 것이다.
많은 양의 방사선을 육류에 조사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냄새의 변화가 일어나며, 우유를 비롯한 일부 유제품은 적은 양의 방사선 조사로도 소비자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냄새가 나고, 방사선 조사된 감자나 전분이 함유된 스프의 점도가 저하되기도 한다. 음식을 요리할 때 지나친 열을 가하여 태우거나 하면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방사선도 과도하게 쪼이면 식품의 색과 맛이 변하여 먹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식품의 종류와 조사 목적에 따라 적정량의 방사선을 사용하게 되며, 일반적으로 현재의 식품조사에 이용되는 10kGy 이하에서는 색이나 맛 등 식품의 관능적 품질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방사선조사식품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방사선 조사 기술은 식중독의 원인균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보존제와 훈증 처리시 사용되는 각종 화학약품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3~7 kGy 정도로 식품에 흔히 있는 미생물을 광범위하게 제거시킬 수 있으며, 살모넬라 같은 식중독균을 사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권고되고 있는 10 kGy 이하의 방사선 조사로는 모든 병원성균을 사멸시키지는 못하므로 다른 살균식품처럼 적정 제조기준에 따라서 취급, 포장, 저장해야 한다. 30∼60 kGy 수준의 방사선 조사로는 식품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모두 죽일 수 있다.
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Malthus)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자연대로라면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오늘날 인류는 식량의 수급과 안전성 문제에 직면하여 있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지역 국가 등 폭발적인 인구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의 부족한 식량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한 각종 식중독균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식품 안전 문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심각한 식량부족 상태에서도 매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약 25%가 부패와 오염으로 수확 후 폐기되고 있다.
식품 변질의 원인으로는 미생물, 곤충, 쥐 등과 같은 생물적 요인과 불안정한 식품 성분의 화학반응에 기인하는 화학적 요인이 있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고,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래 잉여 식품의 저장법을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왔다. 식품의 저장은 변질 요인을 가능한 한 제거함으로써 식품의 양적 손실, 영양가 파손, 안전성과 기호성의 저하를 최소화하려는 수단이며 제품의 품질, 저장기간과 경비를 감안한 최적의 기술이 요구된다. 그래서 발전한 저장법이 수분을 말리는 건조법, 소금이나 설탕에 절이는 절임법, 연기를 쐬이는 훈연법, 밀봉 살균하는 통조림법, 온도를 떨어뜨리는 냉장냉동법, 보존료나 방부제를 사용하는 약품처리법 등이 있다. 방사선 조사는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살균법인 자외선살균과 마찬가지로 고에너지로 처리되는 최신 살균법일 뿐이다.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은 방사선조사식품을 포함하여 어떤 식품이나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어떤 식품이든 100% 안전하다고 보증할 수 있는 식품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친환경 유기농식품이라고 하더라도 보관이나 저장을 잘못하면 유해균의 증식에 의해 식중독이 발생하여 치명적인 유해식품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결국은 학계의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정해진 식품위생법 상의 규격 및 기준에 적합하도록 취급하거나 제조하여 위생적이면서 위해성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방사선조사식품의 구입을 꺼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조사 결과는 방사선조사식품의 안전성, 이점, 한계에 관하여 충분한 예비지식을 전달하지 않고 전화 또는 가두 인터뷰를 통하여 실시된 것이며, 대부분의 소비자는 방사선조사식품과 방사능 오염식품을 종종 혼돈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지식이 전달되었더라면 결과는 달리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실제로 미국에서 방사선 조사에 대해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을 한 후에 실시된 앙케이트 조사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방사선조사식품의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우유를 생(生)으로 마시다가 젖소에서 발생한 폐병(결핵)이 그대로 사람에게 옮겨진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우유에 열을 가해 살균 처리를 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무려 5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방사선조사식품도 향후 오랜 기간 동안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또 소비자 인식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업계가 더욱 방사선조사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식품을 조리할 때 불을 사용하다가 전기를 사용하고, 현재는 그보다 더욱 편리한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고 있듯이 방사선 역시 더욱 발달된 에너지의 한 형태일 뿐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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